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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이야기/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혼자 걷고 나서 깨닫게 된 5가지...

by 파이어족을 꿈꾸는 디지털노마드 2021. 11. 8.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혼자 걷고 나서 깨닫게 된 5가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특별히 미국 주식이나, 코인 이야기가 아닌 특별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기 약 5개월 전이었던, 지난 2019년 9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제가 혼자서 35일간 약 800킬로를 걸으며 깨닫게 된 사실 5가지를 여러분께 한번 공유해볼까 합니다. 

 

 이 글이 앞으로 스페인 순례길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실제나이와 신체나이는 절대 비례하지 않다. 

 

순례길 4일차, 무릎, 어깨, 다리, 발 등 온몸이 아프고 근육통 때문에 걷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순례길에 오르기 전 나의 젊은 나이만 믿고, 예행연습 따윈 전혀 하지 않고 그냥 무작정 왔다. 

 

그랬더니, 평생 느껴본 적 없는 무릎 관절 통증이 내리막길에서 심하게 오기 시작했고, 내리막길에서 한 걸음 한걸음 디딜 때마다 무릎이 너무 아파서 마치 내가 80대 할머니가 되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걸으실 때마다, '아이구 다리야',라고 하실 때마다, 어린 마음에 나는 하나도 안 아픈데, 왜 우리 할머니는 늘 아프다고 하실까 라며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제 나는 고작 서른 두살이란 나이에 그때의 할머니의 말을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더 충격적인 사실은 아침에 같은 알베르게 숙소에서 출발했던, 57세 스웨덴 아주머니와, 61세 홍콩 아저씨가 그날 목적지에 나보다 2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낮잠도 자면서 쉬고 계신 것이었다.

 

아... 신체나이와 실제나이는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구나.! 

 

 


 

2. *까미노를 걷는 행위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과 매우 닮아 있다. 

*까미노(Camino) : 영어권 국가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부르는 명칭 

 

 

순례길 7일 차, 호주에서 온 60대 카멘이라는 이름의 아주머니와 잠시 함께 걸었다. 

 

아주머니와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인생이란 무엇일까 라는 주제가 나왔는데, 그녀가 말하길...

 

"순례길를 걷는 행위는 한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과 매우 비슷해,

 

어떤 사람은 하루에 10km - 15km씩 걸어서 60-70일을 걸려 산티아고에 도착하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하루에 40km - 50km씩 걸어서 25-30일 만에 도착하기도 하지... 

 

사람들의 인생 방식도 마찬가지야, 어떤 이는 30대에 성공하여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어떤 이는 젊어서 열심히 일하다가 60대에 가서야 어느정도 생활의 여유가 생기기도 하지, 

 

하지만 두가지 방식 중 어떤 게 더 나은 건지,  혹은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있는 정답은 없어. 왜냐하면, 순례길일 걷는 것, 인생을 산다는 것, 이 두 가지 모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야.

 

그냥 각자의 방식대로 걷고, 살아가고, 그리고 스스로 행복하고 만족했다면, 그뿐인거야"

 


 

 


 

3.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냥 티셔츠 2개, 바지 2개 그리고 양말 3켤레 정도면 충분하다. 

 

 

순례길 19일 차, 내 배낭 무게는 대략 10킬로, 그 안에 든 것이라곤, 바람막이 1개, 티셔츠 2개, 등산용 바지 2개, 속옷 2세트, 양말 3켤레 그리고 물 1.5리터, 여행용 샴푸와 바디워시가 다였다. 

 

집에서 멀리 떠나와 배낭 1개에 의지하여 어느덧 떠돌이 생활을 한 지 3주가 다되어 가는데도 나는 살아가는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짐을 풀어헤쳤다가 다시 싸는데 걸리는 시간이 매일 10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 나를 놀랍게 만들었다. 

 

순례길에서 돌아온 후 나는 이제 물건을 사는데 돈을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

 

물욕은 사라지고 새로운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는 점점 더 커졌다. 

 

 


 

4.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이 무엇인지 찾을 때까지 계속 시도하고 도전할 뿐. 

 

 

 

순례길 23일 차. 드디어 내가 순례길에서 얻고자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되었다. 

 

잘 다니던 회사를 돌연 퇴사하고, 순례길에 무작정 올랐던 이유는 단 하나, 앞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은 뭘까? 나는 무엇을 하면서 앞으로 인생을 살아야 하나?... 여기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나의 유일한 순례길 출발 목적이었다. 

 

 

그러다가 순례길 23일차 저녁, 영국에서 온 50대 남성인 제임스가 들려준 인생 조언을 듣고 나서, 나의 순례길 목적이 달성이 되었다. 

 

 

현재 프라이빗 투어 가이드로 3년째 일하며, 자신의 일을 너무 즐겁고, 재밌다는 제임스, 하지만 그가 이 직업을 가지기 전까지 20대부터 50대인 현재까지 10군데가 넘는 다양한 직종에서 직장을 다녔었는데, 그전에 다녔던 모든 직장이 다 끔찍했었다고 한다. 

 

어떤 곳에서는 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해고당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작업 환경이 열악하였고, 또 어떤 곳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최악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임스는 자신이 재주도 없고, 인간관계도 그다지 좋지 않고, 스스로를 쓸모없는 인간이라 여기며, 50살이 될 때까지 2-3년마다 매번 직장을 옮겨가며 꾸역꾸역 살아왔는데, 몇 년 전 우연한 계기로 영국에 놀러 온 지인들을 위해 영국 관광을 시켜주게 된 기회가 있었고, 이때 제임스가 인솔한 여행 가이드에 매우 만족하며 돌아간 사람들로부터의 긍정적 피드백을 계기로 현재의 직장을 잡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나에게 들려주며, 제임스가 나에게 했던 말 

 

"네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는 방법은 한가지뿐이야. 

 

그것을 찾을 때까지, 계속 새로운 일을 시도해보는 것, 그리고 그 시도를 멈추지만 않는다면 너는 분명 우연히 그 시도 속에서 니가 잘할 수 있는 일 또는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될 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5. 모두의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해도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2019년 9월 5일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를 출발하여 약 800킬로를 걸어서 2019년 10월 9일, 35일 만에 드디어 모든 순례자들의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 도착했다. 

 

35일의 여정 동안 계속해서 나는 산티아고에 도착하기만 하면 그곳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이상한(?)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도착하고 나서 깨달았다. 

 

산티아고 대성당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나 기적 같은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다만 지난 35일간 내가 혼자 걸으며, 만난 사람들, 그 사람들과 나눈 대화, 그 들과 내가 맺은 인연,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들려준 인생 조언들이 바로 순례길이 나에게 준 선물이자 기적이고 특별함이었다.

 

이제야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말이 와닿게 되었다. 

 

산티아고까지 도달하는 결과가 중요했던 것이 아니라,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온 여정, 그리고 그 여정 안에서 만난 사람들이 중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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